논술의 왕도, 선배들의 답안에 있다!

   
▲ 한양대 2018 수시 논술고사장 [사진 제공=한양대]


하버드대학교를 비롯한 세계 유수 대학들이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글쓰기 능력이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일깨우고 사고력을 창의성을 높여 미래 인재로 성장시키는 중요한 촉매제가 되기 때문이다. 

글은 쓴이의 의식 수준과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논술 실력은 손가락 끝부분과 뇌세포가 소통할 때 비로소 축적돼 간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정기적으로 한 주제 한 주제를 화두삼아 필력을 길러가야 한다. 여러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글로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상을 보는 안목이 높아진다. 이것이 우리가 논술 공부를 하는 진짜 이유다.

이에 <에듀진>은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매주 박시성 하투스 공부연구소 언어사고력팀장의 논술·국어 학습법 연재를 시작한다. 오늘은 ‘역사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주제로 한 대입 논술 합격생들의 답안과 박시성 팀장의 강평을 소개한다.

다음에 제시하는 선배들의 답안은 현재 대입 논술과 형식적인 차이는 있지만, 합격 논술 답안이 갖춰야 할 요건을 이해하는 데는 충분한 자료다. 수험생들은 다음에 소개하는 합격 논술 답안과 강평을 통해 바람직한 논술 작성 방법을 익히고, 논술문을 쓰는 데 필요한 요령을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논술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에듀진>의 논술·국어 학습법 연재를 놓치지 말고 매 회를 프린트해 꼼꼼히 학습하면서 자기 것으로 소화하자. 어느새 사고력과 창의력이 쑥쑥 자라고, 논술 실전 요령을 감각적으로 터득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논술 답안에 대한 강평은 현재 대입 논술의 채점 원칙을 기본으로 했다. 그리고 이 주제는 최근 국정 교과서 논란으로 다시 한번 주목받는 이슈이기도 하므로, 올해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꼼꼼하게 읽어보고 적극 참조하기 바란다. 
 

[성균관대 논술 경시대회 문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는 한반도 침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한반도는 전략적으로 중요하지만 군사적으로는 불안정하였다. 영국, 미국, 러시아 3국 모두가 지배를 원했으나 실제로 통치를 유지하기는 곤란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지배하고 싶지는 않지만 또 다른 나라가 차지하는 것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지역에 대하여 통치자로서 신흥국 일본의 등장은 3국에 있어 좋은 상황이었다.

일러 전쟁 후 일본은 한국에 한국통감부를 두고 지배권을 강화하고 있었다. 1910년 일본은 한국을 병합하였다. 이것은 동아시아를 안정시키는 정책으로서 구미열강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것이었다. 한국병합은 일본의 안전과 만주의 권익을 방위하는 데 필요하였으나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반드시 이익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이 실행된 당시로서는 국제관계 원칙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한국 국내에는 당연히 병합에 대한 찬반양론이 있었고 반대파의 일부로부터는 심한 저항도 일어났다."

역사를 보는 관점에는 과거의 사실이 인식주관과는 독립해서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입장과, 그와는 반대로 과거의 사실은 현재의 시각으로부터 해석된 결과라는 입장이 있다. 우리는 전자를 실증주의적 역사관이라 하고 후자를 현재주의적 역사관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현재주의적 입장에서 그들의 역사 기술이 정당하다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명에 대해 어떠한 비판이 가능한지 아래 제시문들을 종합적으로 참고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제시문] E.H.Carr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발췌 (지면관계상 생략)

 

   
▲ 한양대학교 입학처 http://goo.gl/ogsoQX


[대상] 김OO (수험번호 0237 / OO고등학교)

[서론] 최근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관하여 논쟁이 치열하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강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추진되고 있는 이 역사교과서 발간 사태는 우리로 하여금 역사의 본질과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A]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실증주의가 아닌 현재주의의 입장에 서있다 하더라도, 과연 그 교과서는 현재의 시각으로부터 합당하게 해석된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현재주의 사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볼 때, 대답은 '아니요'이다. 

[본론1] 무엇보다 이들의 변명은 현재주의와 역사 왜곡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함으로써 설득력을 잃고 있다. 역사가의 주관에 의해 선택되고 현재의 관점에서 해석된 사실이 역사라고 해서 그 선택과 해석을 자의적으로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주관적인 작업은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범세계적 가치관에 입각해서 예전에는 반란으로 규정되었던 동학농민운동을 민중운동으로 재해석하는 것처럼, 현재주의란 동시대인들이 현재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에 비추어 판단하는 것이지, 자국의 편익을 위해 임의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본론2] 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가 과거의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비난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독일과의 비교를 통해 더욱 분명해진다. 독일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전쟁 도발, 약소국 침략, 인권 탄압 및 대량학살 등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과거의 행위를 반성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각시키는 교육으로 유명하다. 독일이라고 전범국가라는 국가 이미지와 막대한 배상금이 달가울 리 없지만, 그들은 역사를 교훈으로 삼고 과오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백 년도 못 되어서 [B]철면피를 쓰고 진실을 외면, 은폐하려 하고 있다. 이는 정당한 역사기술이라고 볼 수 없다. 

[본론3] 일본의 새 역사 교과서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그것이 '교과서'라는 점이다.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한 극우 단체가, 왜곡된 역사관을 가지고 만든 부조리한 역사는 하나의 설화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정당성이 결여된 학설을 토대로 한 이야기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21세기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교과서로 제공한다는 것은 청소년에게 거짓된 교육을 시키겠다는 뜻이다. 진실이 어찌됐든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보고 듣고, 불리한 것은 감추고 조작하는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들이 [C]어떤 사회인이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결론] 점차 국경의 개념이 사라져가는 지구촌 시대에 이웃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러나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부당한 상황에 대하여 보다 많은 사람이 진상을 알고, 그들의 주장이 타당치 못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역사라는 개념을 교묘하게 곡해시켜 후세대와 세계인들을 기만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비판할 때, 어불성설의 역사 왜곡이 저지되고 국제사회의 정의와 이성이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박시성 샘의 강평]

제한된 시간 안에 이렇게 출제 의도와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잘 파악하여 서론, 본론, 결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완성도 높은 논술 답안을 작성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이 답안에서 수험생들이 배워야 할 점이 바로 본론 단락 전개 방식입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그리고 다양한 논리 전개 방식으로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을 조목조목 비판해 가는 과정이 감탄스러울 정도입니다. 역시 대상 작품입니다. 이 학생을 직접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고3 학생치고 이 정도의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학생이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본론1] 단락은 역사학자 카(E.H.Carr)가 이야기하는 현재주의적 역사 해석의 진정한 의미를 기준으로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시문의 핵심 내용을 토대로 적절한 사례를 들어 논증해 나가는 전략이 아주 훌륭합니다. 적어도 본론 단락 중에서 한 단락 정도는 예증의 방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합격 논술문 작성의 기본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론2]에서는 독일과의 대조를 통해 일본의 역사 기술 태도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상황과 비교․대조․유추할 수 있는 경우를 끌어와서 논의를 풍성하게 하는 것 또한 합격 논술문 작성의 지름길입니다.

마지막으로 [본론3]에서 보듯이 심층적인 의미 부여를 통하여 논의를 전개해 나가는 것은 상당히 수준 높은 접근법인데, 이 학생은 역사 교과서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올바른 역사 해석, 역사 기술의 태도, 역사 교과서의 중요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예증, 대조, 의미부여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본론이 전개된다면 여타 지엽적인 실수나 아쉬움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논술 시험을 통하여 평가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수험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능력이기 때문입니다.

수험생들을 위하여 이 답안의 ‘옥의 티’ 세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먼저 [A] 부분에서 문답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논술문에서는 가급적 문답법, 설의법 등의 강조 수사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논술문은 설득적인 글이 아니라 논증적인 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B]부분은 삭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열혈 애국 청년의 민족의식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감정적인 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논술문다운 답안 작성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C]처럼 ‘너무 뻔하니까 말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는 투의 표현도 삼가야 합니다. 논술시험은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히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과 같이 퇴고하면 좋겠습니다. ‘진실이 어찌됐든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보고 듣고, 불리한 것은 감추고 조작하는 교육을 일본의 청소년들이 받고 자란다면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지금보다 더 편협한 사고에 빠져 과거 그들의 선조들보다 한층 더 불행한 미래를 만들 것이 분명하다.’



[금상] 김OO (수험번호 0093 / OO여자고등학교)

교과서는 그 나라의 미래를 만든다. 젊은 세대들은 역사교과서를 통해 과거를 배우고, 그들은 교과서에서 배운 과거를 조미료 삼아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신빙성 없는 비뚤어진 교과서는 비뚤어진 청소년을 낳을 것이고, 비뚤어진 사고방식만 하는 그들은 곧 비뚤어진 미래를 만들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일본은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올바로 된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시성 샘의 강평]

논술문의 표현과 관련하여 <금상>을 받은 학생의 결론 단락을 첨삭해 보겠습니다. 과거에 대한 기술인 역사 교과서가 갖는 의미와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면서 올바로 된 역사교육을 일본에 촉구하는 마무리는 논증 전략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정확하고 유창한 표현능력도 채점의 주요 대상이 된다는 것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논술문은 사실 자체보다는 사실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다루는 글입니다. 당연히 정확하고 명징한 의사표현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비유적인 표현은 삼가야 합니다.

둘째 문장에서 학생은 현재와 미래 역사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과거에 대한 기술이 갖는 의미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과정에서 음식조리 상황을 비유로 끌고 옵니다. 그런데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그 중요한 과거를 ‘조미료’에 비유한 것입니다.

갈비탕 먹으러 갔는데 갈비는 없고 갈비맛 조미료만 뿌린 탕국이 나오면 정말 식당이 문 닫을 일이 생기겠죠. 갈비탕에서 중요한 것은 갈비입니다. 조미료가 아니죠. 비유를 들어서 설득력을 높이려는 작전이 자살골이 되었습니다.

‘조미료 삼아 → 토대로’ 이렇게 바꿔서 표현하면, “그들은 교과서에서 배운 과거를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훨씬 명징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일반적인 글 전개 과정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 데 탁월한 효과를 가져오는 비유법을 논술문 작성에서는 자제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글의 경우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글을 쓰는 필자의 지적 수준이 높다는 전제하에 이해 수준이 낮은 독자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비유법을 동원합니다. 그러나 논술문은 필자와 독자의 주제 이해 수준이 뒤집어져 있습니다. 고3 수험생이 문제를 출제한 대학교수님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자신의 정확한 독해력과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말씀드리기만 하면 교수님은 다 알아 봅니다.

“제가 쓰고 있는 이 내용을 교수님께서 잘 이해하지 못할까 저어되어 쉬운 비유를 들어 설명 드리죠.” 하고 말하는 식의 분위기를 쓸데없이 조장하면서 위와 같은 잘못된 비유를 든 순간 채점은 그냥 끝납니다. 지금 자기가 누구와 소통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필자의 글이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는 것, 상식이겠죠.

세 번째 문장에서 네 번 반복되는 ‘비뚤어진’이라는 단어도 역시 논술문에서는 감점 요인이 됩니다. 강조의 수사법을 써서 논술문의 성격을 잘못 알고 있다는 지적보다는 수험생의 어휘 구사능력이 그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 실토하는 격이 됩니다.

뭔가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을 표현하는 수많은 단어가 있는데 이 수험생은 ‘비뚤어지다’라는 단 하나의 단어밖에 모르는 학생이라는 오해를 받아도 다 자기 책임입니다.

유창하고 명료한 어휘 사용 능력을 보여준다면 다음과 같이 퇴고할 수 있습니다. ‘신빙성 없는 비뚤어진(→왜곡된) 교과서는 비뚤어진(→편협한) 청소년을 낳을 것이고, 비뚤어진(→극단적) 사고방식만 하는 그들은 곧 비뚤어진(→불행한) 미래를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는 식의 의미 없는 강조 표현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4음절(→분명하다)로 정리되는 구절을 장황하게 적어봐야 채점관의 눈만 피로하게 만듭니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39
 

   
▲ 진로 설계 필독서 <우등생보다 스마트 엘리트> 출간 https://goo.gl/SVmxY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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