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개혁, 학생부전형과 지역별 안배 확대가 답

   
▲ 국제학술심포지움에 참가한 하나고등학교 학생 [사진 제공=하나고]


교육계 뜨거운 감자 ‘특목·자사고 폐지론’ 
특목·자사고 폐지 이슈가 교육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6월 21일에는 서울자율형사립고등학교연합회 교장들이 나서서 특목·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고교연합회는 서울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 모여 “정치적 진영 논리에 입각한 자사고 폐지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22일에는 자사고학부모연합회가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특목·자사고 폐지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같은 날 전국 31개 외고 교장 협의체인 외고교장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외국어 능력이 국가의 중요한 경쟁력인데 외국어 실력과 국제사회에 대한 안목을 갖춘 학생을 길러내는 외고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외고 폐지 정책을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특목·자사고 폐지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관내 외고와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히며 촉발됐다. 거기다 서울시교육청도 관내 외고와 자사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목·자사고와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6월 28일 외고인 서울외고와 자사고인 경문고·세화여고·장훈고 등 4곳의 재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외고와 자사고는 5년마다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이 4곳은 2015년에 있었던 재지정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재평가 대상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후보 시절부터 외고·자사고 단계적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특목·자사고가 이처럼 반발하고 나선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전국 학생 중 불과 3%에 불과한 특목·자사고 학생들이 서울대 합격생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을 큰 문제로 봤다.

정부는 특목·자사고의 최상위 대학 무더기 합격 현상이 특목·자사고로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진단하고, 고교를 서열화시키는 특목·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빠르면 내년부터 특목·자사고 재지정에 실패해 일반고로 전환하는 곳이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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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자사고의 명문대 합격률, 사교육이 ‘멱살 잡고’ 끌고간다 
사실 특목·자사고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서 수능전형은 물론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특목·자사고 입학생 중 사회배려대상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중학교 때 최상위 성적을 유지해 왔다. 

고입 면접에서는 이들의 특징이 더욱 도드라진다. 보통의 학생들은 대개 면접에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발표하는 데 서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조리 있게 표현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훈련이 잘 돼 있다. 결국 특목·자사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일반적인 또래 학생들보다 우수한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목·자사고 입학생들의 우수성이 오롯이 학생이 가진 자질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입시 전문가들은 특목·자사고 학생은 학교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대치동 학원’이 키운다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초중학교 때부터 철저하게 짜인 진학 플랜 아래 값비싼 사교육의 도움으로 특목·자사고에 진학하고, 고등학교 때 역시 사교육기관의 관리 아래 정해진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 최상위권 대학 진학에 성공한다는 얘기다. 결국 부모의 재력으로 자녀의 사교육을 든든하게 지원해줄 수 있는지 여부가 특목·자사고 합격과 더 나아가 대입 합격을 좌우하는 키가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적지 않은 학원들이 학생의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를 대신 작성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특목·자사고 학생들의 소논문이나 과제물까지 만들어준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니, 사교육이 실제로 특목·자사고와 대학 입시에 미치는 영향은 놀라울 정도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중3 학생의 희망 진학학교별 사교육비 비용을 조사한 결과, 사교육비로 월 평균 100만원 이상을 지출한 학생이 일반고에서는 4.9%에 불과한데, 광역단위 자사고에서 18.8%, 전국단위 자사고에서 28.6%로 나타났다. 자사고를 희망하는 중3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3~6배 이상의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는 말이다.

특목·자사고의 높은 대입 실적은 ‘착시현상’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특목·자사고가 일반고에 비해 뛰어난 입시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을 두고, 사교육 효과를 가리는 ‘착시현상’이라고 규정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주장의 중심에는 대부분의 특목·자사고가 여전히 수능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유로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외국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은 민족사관고나 교육과정이 우수해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자를 다수 배출하고 있는 하나고 등을 제외하면, 전국단위 자사고 대부분이 아직도 수능 정시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이들 학교의 명문대 진학 실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수능을 통한 재수생 합격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교육 부담이 큰데다 교육과정이 수능 중심으로 이루어져 학종 대비에 소홀한 특목·자사고를 왜 가야 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 있다. 2018학년도 대입 전체 선발인원의 73.7%를 차지하는 수시 전형, 그 중에서도 상위권 대학에서 50% 이상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제대로 준비해 주는 일반고가 있다면 그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특목·자사고 진학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질문에서 고교 진학과 교육 개혁 방향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 중앙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zMYKOj


상위권 대학 수능 선발 줄이고, 일반고를 학생부종합전형의 메카로! 
수시 전형 비율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반대로 수능 정시 비율은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현재 중3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전 과목 절대평가제가 시행될 것이 유력해진 상황이라, 수능에서 절대적 힘을 발휘하고 있는 특목·자사고의 위상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공약인 고교 내신 절대평가제가 이루어진다면, 내신에서 손해를 보고 있는 특목·자사고 학생들에게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수능 절대평가로 인해 학교 현장의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고교 내신 절대평가 도입은 뒤로 미뤄질 확률이 대단히 높다.

또한 특목·자사고 출신 학생의 경우 전형 단계에서 대부분의 대학이 특목·자사고 출신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고 있어, 실제로 현 내신제도가 그동안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특목·자사고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해 왔다고 볼 수만도 없다. 따라서 고교 내신 절대평가제가 특목·자사고에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상위권 대학에서 35%나 되는 수를 수능 정시로 선발할 것이 아니라 수능 선발 비율을 전격적으로 낮춘다면, 절대 우위에 있었던 특목·자사고의 위상은 일반고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으로 연착륙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의대와 간호대 등 일부 학과에서 확대되고 있는 지역 학생 선발 비중을 다른 학과에서도 확대해 간다면, 일반고 역량강화 및 지역별 안배로 인해 특목·자사고를 가는 것보다 일반고에 진학해 1,2등급을 받는 쪽이 대입에서 훨씬 유리해진다.

수능 힘이 강했던 3~4년 전까지만 해도 특목·자사고가 입시에서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인상이 강했지만, 최근 학종에 대한 일반고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교육과정을 학종형으로 일신한 일반고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그 결과 학종에 대한 일반고의 경쟁력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교 현장에 이 같은 변화가 찾아오면서 특목·자사고가 일반고에 비해 대입에서 유리하다는 편견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다. 물론 현장의 이런 변화를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입에 있어서 학종을 잘 대비하는 일반고와 수능 중심의 특목·자사고가 있을 때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금이야말로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때다. 

* 에듀진 기사 원문 :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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